아카른 전력 주제: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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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부원들과 함께 로드 워킹을 하고있는데, 리에프가 어제 sns에서 얻는 정보를 주절주절 이야기 했다. 분명 녹초가 되도록 연습시키고 돌려보낸것 같은데, 아직 일학년이라 체력이 좋은가보다. 집에 돌아가면 바로 회복되서, 밤새 sns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 학교 근처에 고양이 카페 개장했데요!”
쿠로오는 몸까지 반쯤 틀어서 쉴틈없이 조잘대는 후배에게 앞을 보라고 주의를 주려했다. 그때, 새로 생긴 고양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우리 학교 근처에, 고양이 카페를?"
문득 흥미가 생긴 쿠로오는 주의를 줄 타이밍을 놓치고 관심을 보여버렸다. 그에 리에프는 잔뜩 신이 난 얼굴이 됐다.
아, 실수했다.
“네코마 지역이라고, 잘 될꺼라고 생각한 거 아닐까요?”
"그건 무슨 논리인거냐.애초에 남자들만 득실득실 곳에서 그런 종류의 카페가 잘 될리 없잖아."
“그래도 왠지 가보고 싶지 않습니까? 야쿠 선배, 오늘 오후에 가볼까요?”
“고양이 카페는 무슨, 넌 오늘 내일동안 리시브 특훈이야! ”
“에에, 야쿠상, 주말인데 너무해요~”
"너무한건 네 리시브 실력이다! 그만 떠들고, 앞 좀 보고 달려!"
다행히 야쿠가 리에프의 어설픈 추리를 단번에 잘라버리고, 조심성 없는 후배에게 쿠로오가 하려고 했던 소리를 대신해 줬다. 저런 모습을 보면 본인은 듣기 싫어할지 몰라도, 역시 엄마 포지션에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철 없는 아들을 휘어잡는 엄마 같단 말이지.
쿠로오는 새로 생겼다는 고양이 카페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뒤를 돌아 설렁설렁 달려 오고 있는 소꿉친구에게 넌지시 운을 띄워봤다.
“가볼래? 켄마.”
“별로.”
아침 부활동만 끝나면 하루종일 게임을 할 모양인지, 켄마는 단번에 그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에 쿠로오는 예상한 대답이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럼, 별수 없지."
그리고선, 꾹꾹 버튼을 눌러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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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정말 왜 불러내신 건가요?”
아카아시는 황당한 얼굴로 쿠로오를 올려다 봤다.학교 내부 공사가 있어 체육관도 사용을 못하게 된 주말이었다. 모처럼 부활동 없이 집에서 책을 읽고 있는데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타학교 선배인 쿠로오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오늘 xx 시에 xx출구로 나와'
일방적인 메세지에 뭔가 싶어 나와봤더니, 쿠로오는 대뜸 아카아시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곧장 이 곳 까지 데려왔다. 사실 밖에서 보면 따뜻한 분위기의 평범한 카페로 보였다. 간판에 '고양이의 숲'이라고 써져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다.
"난데 없이 왠 고양이 카페입니까?"
“왠지 주변사람 중에선, 네가 제일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켄마나 야쿠 씨도 있잖아요?”
“야쿠는 신입 특훈하니라 바쁘고, 켄마는 집.”
“...알 것 같네요. 그럼 보쿠토 선배는요?”
“...너,내가 보쿠토랑 여기 들어갔으면 좋겠냐?”
아카아시는 잠시 고양이 카페에 들어서는 보쿠토의 모습을 떠올려봤다. 분명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고양이를 들어올리고 소란스럽겠지. 게다가 저 아기자기한 공간에, 종종 2m의 벽이라고 불리는 쿠로오와 텐션이 올라간 보쿠토는 밸런스가 너무 나쁘다. 틀림없이 고양이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고,
“...고양이들한테 실례네요.”
쫒겨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커플들이나 여자아이들끼리 찾는게 다반사인 고양이 카페였지만, 아카아시는 고양이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쿠로오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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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내부는 개장 한지 얼마 안돼서인지 생각보다 한산했다.
"내가 오자고 했으니까, 돈은 내가 낼게."
아카아시와 쿠로오는 카페 이용료와 커피값을 지불하고 자리를 잡고 앉았다. 좌식 테이블이었는데, 테이블 위에는 카페 설명서가 있었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시면, 탐색을 마친 고양이들이 먼저 다가옵니다.
고양이 들이 다가오지 않으면, 테이블 아래 준비된 장난감이나 간식을 활용해보세요.
둘은 가게 여기 저기에 늘어져 있는 고양이들을 천천히 구경했다. 고양이들은 성격이 제각각인지, 사람이 오던 말던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낯선 사람인 저희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뚫어지게 쳐다보는 고양이도 있었다. 쿠로오가 창문을 보고 있는 갈색 고양이를 보면서 켄마를 떠올리고 있는데, 아까부터 두 사람을 관찰하는 듯한 하얀색 고양이가 둘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살며시 다가왔다. 그러더니 아카아시의 무릎 위에 발을 턱 올려놓았다.
"... 좀 귀여운데요."
아카아시는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들어올려 허벅지 위에 앉히고, 보들보들한 털을 쓰다듬었다.하얀 고양이는 기분이 좋은지 고롱고롱 소리를 냈다. 턱 주위를 쓰다듬어 주자 하얀 고양이는 뒤집어져서 애교를 부렸다. 쿠로오는 테이블에 턱을 괴고, 생각보다 즐거워 하는 듯한 아카아시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카페에 들어설 때는 어색해하는 듯 하더니만, 자리 잡고 앉자마자 펫샵에서 일하던 사람처럼 금새 고양이를 길들이다니.역시 그 보쿠토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후쿠로다니 주전 세터인가.
쿠로오가 아카아시의 고양이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고 있을때, 덩치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성큼성큼 테이블로 다가와서는, 아카아시의 다리위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밀어내려는 듯 앞발로 들어 툭툭 건드렸다.아무래도 저 자리가 낮잠 자기 편안한 곳이라 생각했나보다. 위협에 겁을 먹었는지, 아카아시의 다리 위에 누워있던 하얀 고양이는 몸을 웅크렸다.
"아, 이런..."
“이 녀석, 기다려.”
쿠로오는 손을 뻗어 덩치 큰 고양이의 겨드랑이를 잡고 휙 들어올렸다. 검은 털에 노란색 눈을 지닌 이 고양이는 저를 들여다보는 쿠로오에게 시선을 마주쳐왔다. 털은 부드러운데, 그루밍을 하다가 말았는지 한쪽 털이 붕 떠있었다.
"왠지, 어디서 본것 같은데..."
"그 고양이, 쿠로오 씨랑 좀 닮았네요."
"나? 이 고양이가?"
"네, 이름도 ‘쿠로’ 인것 같은데요."
아카아시는 테이블 위에 있던 안내책자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검은 색 고양이의 사진과 간단한 설명이 나와있었다.
Kuro, 봄베이 고양이
근육질 몸매와 윤기있는 검은 털이 특징
대체로 온화한 성격을 지님
쿠로오는 들고 있는 검은 고양이를 찬찬히 살펴봤다. 고양이라기보다는 작은 표범같이 생겼다.
"별로 온화해 보이지는 않는데?"
"들어올리는 방법이 잘못되서 그래요. 잠시 이 애좀..."
아카아시는 하얀 고양이를 들어올려 쿠로오의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쿠로오가 들고 있던 검은색 고양이를 받아갔다.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올리고, 아기를 안듯 한 팔로 엉덩이를 받치고 부드럽게 안아올리는 모습이 제법 어울렸다. 그 모습을 본 쿠로오가, 나중에 좋은 아빠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아카아시는 한 손으로 고양이의 허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얀 고양이에게 해줬던 것처럼 등을 살살 쓸어주니, 검은 고양이는 금새 기분이 좋아졌는지 갸르릉소리를 내며 눈을 감는다. 그에 아카아시도 표정이 풀어져서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자요, 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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