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캐붕주의, 커플이라기 보단 아카아시와 켄마가 나오는 이야기.
*탐라에서 트친분 일상트에 심쿵, 잊어버리기전에 소비하자!
*키워드 : 24승 39무 23패, 라이벌 의식 느끼는 켄마와 아카아시
1.
아카아시는 눈앞에 비친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시력은 정상이고, 며칠 전 시험을 성공적으로 치러냈으니 뇌도 정상인 것 같은데,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건너편에 앉아있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는지, 고양이 같이 세로로 긴 동공이 평소보다 크게 늘어나 있었다.
2.
2주일 전, 아카아시가 '애플파이'라는 게임 유저와 마주치게 된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평소에 침착하고 담담한 후배 이미지 덕분에 일코가 생활화 된 아카아시는 이전에 하던 온라인 게임을 접고, 좀더 그래픽이 화려한 게임을 찾아나섰다. 그러다가 상대방 성을 다양한 전략으로 때리고 부수는 게임을 알게되었고, 막힘없이 성적을 쌓아갔다. 다양한 상대의 성을 부수고 또 부수고, 점령하고 또 점령하고. '애플파이'도 그러다가 만나게된 유저였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기습을 할만한 만반의 준비를 해두고 상대방을 기다리는데, 어째 상대방도 최소한의 공격말고는 별 움직임이 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고, 조금조금씩 다가가다가 결국 인내심이 폭팔한 아카아시가 선공을했다. 그 후로 길고 긴 공성을 펼쳤지만, 결국 졌다. 아카아시는 당장 채팅창을 열어서 다이렉트로 메세지를 보냈다.
부엉이 조련사: 꽤 하시네요.
애플파이: 그 쪽도.
부엉이 조련사 :초면인데 반말이신가요?
애플파이 : 위계 질서 안 좋아해서. 너도 말 놓던가.
뭔가, 예의 없는 없는 사람이네.
아카아시는 게임에서 져서 기분 나쁜것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였다.
3.
첫 대전 이후 아카아시는 게임에 접속할 때마다 그 유저를 찾아서 대전을 걸었고, 매 차례 치열한 공성이 벌어졌다. 자신과 상대방 둘 다,지는것을 싫어해서 밤새도록 몇 판씩 공성을 펼친 날도 있었다. 때로는 부활동 아침 연습이 있다는 것까지 잊어버리고, 게임에 집중하기도 했다. 바로 지금도 보쿠토에게서 전화가 왔다.
- 아카아시~ 아침 연습 왜 안와?
- 보쿠토상, 저 집중해야 되니까 끊을게요.
아카아시는 휴대폰을 끄고 뒤집어 놓았다. 참고로 현재 전적은
24승 39무 23패
로, 아카아시가 한 발 앞서 있었다. 아카아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매달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4.
켄마의 얼굴에는 짜증이 서려있었다. 약 2주전까지만 해도, 오랫만에 재미있는 대적자를 만나 생활이 윤택해졌다고 좋아하던 켄마였다. 초반에는 분명 자신이 승기를 잡고 있었는데, '부엉이 조련사'라는 유저의 게임 실력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했다.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다가 최근 몇번은 연패해버렸다. 때문에 오늘 아침 켄마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로, 게임 전용 헤드셋까지 끼고 본격적으로 공성에 몰두했다. 치밀하게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데, 아침부터 연습 땡땡이냐고 쿠로오에게 문자가 왔다. 켄마는 핸드폰을 집어서 단숨에 메세지를 보냈다.
ㅋㄹ, 나 게임.
모니터에서 잠깐 눈을 뗀 사이 상대는 허점은 찔려왔고, 결국 져버렸다. 인상을 있는데로 찌푸리고 있는데 상대방으로 부터 메세지가 들어왔다.
부엉이 조련사 : 저희, 만날래요?
이전에 켄마는 저 유저의 머릿 속에 어떤 전략이 들어있을지 캐내기 위해, 저 유저와 관련된 정보는 수집할 수 있는대로 모든 정보는 수집했다. 아니,수집하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상대는 철저히 신상정보를 숨기는 타입인지, 결국 알아낸 사실이라고는 상대방의 거주 지역이 도쿄라는것 뿐이었다. 역시, 보통은 아냐. 아마 저쪽도 켄마의 거주지 정도는 파악해두고, 저런 멘션을 보낸 것일테다. 오프라인에 얼굴 비치는 것은 켄마의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쯤되면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궁금증이 일었다.
애플파이 : 조용한 카페 알고있어.00가 xx번지.
부엉이 조련사: 그럼 주말에, 먼저 가서 애플파이 시켜놓을게요.
애플파이 :ㅇ
5.
켄마는 구제 하기에 너무 늦어버린 성을 바라 보듯, 새로 들어온 한 학년 아래의 후배를 바라보았다. 그에 리에프는 움칫 몸을 떨고, 엄마 아빠 뒤에 숨는 아이처럼 야쿠와 쿠로오 뒷쪽으로 슬슬 이동했다.
"켄마 상, 무슨 일 있으신 걸까요? 저 표정, 틀림 없이 화나신 거죠?"
"리에프, 네가 계속 공을 못 치니까 짜증나서 그런거 아냐."
덩치에 맞지 않게 안절부절 못하는 리에프에게 야쿠가 시덥잖은 소리를 들었다는 듯 대꾸했다. 그때 소꿉친구를 낯선 사람보듯 쳐다보고 있던 쿠로오가 말을 꺼냈다.
"그렇다 치더라도, 요새 이상하긴 해."
"쿠로오, 너까지 무슨소리야? 우리 켄마는 말수가 좀 적을 뿐이지, 지극히 정상적인 아이야."
새삼 무슨 소리 하는거냐는 야쿠에게, 쿠로오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이번 주말에 배구하자고 애플파이로 꼬셨는데, 거절당했어."
"엣,정말? 우리 켄마, 어디 아픈걸까?"
6.
아카아시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대방에게 조금도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단숨히 해치워야했다.
"보쿠토 선배, 저 주말 오전에 약속있어서, 연습 못해요."
"에에? 왜? 아카아시 없으면 어떻게 배구하라고?"
"1학년 중에도 세터가 있으니까요."
"걔랑 너랑 같아???? 조금만 같이해도 힘들어한단 말이야!"
"오후에는 참여할게요."
"대체 무슨 약속이길래 그러는데! 그 사람 만나는게 나보다 중요해?"
예상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강경한 반발에 아카아시는 최후의 수단을 꺼냈다. 얼굴 근육을 총동원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한 가장 화사한 미소를 만들어보였다.
"저의 에이스는 보쿠토 선배뿐이니까, 기다려주실 수 있으시죠?"
"..........."
물론, 효과는 대단했다.
7.
상념에서 벗어난 아카아시는 아직도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현상에, 말도 안돼, 라고 생각하면서도 결국 물어봤다.
"....혹시, 그 쪽이 애플파이님?"
" ....부엉이 조련사?"
상대방의 입에서 설마, 했던 대답이 나왔다.
"............"
"............"
한참 말이 없던 아카아시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서 켄마에게 건냈고, 켄마는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빠르게 찍고 아카아시에게 돌려줬다. 잠시 후 켄마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그럼 내일 저녁에. oo 서버에서
메세지를 확인한 켄마는 나름 성의껏 답신을 보냈다.
ㅇㅇ
한적한 카페에서,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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